“좋은 사진 찍으려면 좋은 신발 신어라”
매그넘 사진작가 토마스 횝커 강연회
“기회는 기습적…중요한 건 열린 마음”

“사진에서 중립은 없다. 그저 찍는 이는 사진가가 아니다. 살아있는 작가정신으로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해야 한다.”

세계적인 사진가그룹 매그넘포토스의 원로 작가 토마스 횝커(72)는 사진인생 55년 동안 흑백필름이 컬러로, 필름카메라가 디지털로 변했지만 자신의 좌우명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횝커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을 위해 서울을 방문해,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에서 200여명의 청중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그는 매그넘의 사진가 20명이 지난해 한국에서 작업한 사진들을 추려 출간한 <매그넘 코리아> 사진집의 표제작을 찍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횝커는 예술학과 고고학으로 대학을 진학했으나, 취미로 찍은 사진들의 포트폴리오를 본 한 사진잡지의 제안을 받고 미련없이 중퇴했다. 그리고는 <슈테른>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을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즐기면서 일하는,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지난 인생을 평가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신발을 사라. 사진작업은 절망의 연속이다. 하루종일 쏘다녀도 헛일하기 일쑤다. 하지만 기회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온다.”

그는 그런 예로 엄청난 논쟁을 부른 9·11 테러 사진을 들었다. 강 건너 세계무역센터(WTC) 두번째 빌딩이 주저앉으면서 화염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선글라스를 낀 젊은이들이 햇볕을 즐기면서 담소하는 장면. 테러 현장으로 가던 중 길가에서 마주친 몇 초 동안의 장면을 포착했다. ‘보류상자’에 넣어두었던 것을 4년 뒤 자신의 회고전을 준비하던 큐레이터가 발견하고는 도록 표지사진으로 발탁했다.

“사실을 닮지 않은 것 같은 사진이 있는 법이다. 9·11 때는 공포가 모든 것을 덮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시간대에 공존했던 평화와 공포의 두 가지 층위가 드러난 것이다. 애국-비애국의 시각으로 보면 낯설지만 그 사진은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는 것. 그의 사진은 국적조차 배제돼 있다.

그는 한국에서 주로 교육을 주제로 작업을 했다. 무엇을 느꼈을까. “교육이 자기계발이나 학문발전보다는 신분상승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더라. 유치원 아이들이 비록 획일적인 옷을 입고 있지만 표정이 밝은 반면 중고등학생들은 스트레스로 얼룩져 있다.” 흩어진 책들, 알람시계를 머리맡에 두고 좁은 책상에 널부러진 얼굴이 애처롭다. 시스템에 적응한 아이들보다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한테 멎은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

일흔을 두해나 넘겨 백발에 배불뚝이가 된 요즘, 그는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자신의 경험을 강연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졌단다. 예술의전당 강연 뒤 기자와의 인터뷰가 길어지면서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 그는 나이가 드니 좋은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그의 카메라가 머문 순간의 그곳은 뭔가 그림이 됐다. 낯선 데서 투명인간처럼 이미지를 낚아채온 ‘늙은 사냥꾼’의 시선은 날카로움 그대로였다.


한겨레 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009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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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카
등록일시: 2008.08.19 0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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